고시원 리모델링 후기, 40명 명도부터 시작하다
고시원 리모델링 후기, 40명 명도부터 시작하다
지난 글 이후로 궁금해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이번 고시원 리모델링 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방 50개짜리 고시원, 그중 40명이 실제로 거주하고 계셨던 곳이었어요. 그대로 운영했다면 속 편했을 텐데, 왜 굳이 다 내보내고 전체를 뜯어냈는지부터 이야기해볼게요.

70년대 건물,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건물은 70년대에 지어진 곳이었어요. 실내는 손볼수록 예쁘게 나올 수 있겠다 싶었는데, 문제는 건물 외관이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로 낡아 있었어요. 간판은 어떻게 할까... 실내 사진보고 왔다가 겉모습 때문에 도망가지 않을까..
지하철에서도 멀고 서울도 아닌 이곳에 사람들이 오긴 할까.. 떡하니 계약해놓고 걱정 엄청했습니다. 사실 직장생활 중이기 때문에 이 고시원을 미리 보고 온 분들은 저희 부모님이셨어요. 역시 이쪽 일을 잘 모르시는 어른들이었기 때문에 고시원이 방이 많고, 손님이 많다는 점. 여기에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주차공간이 있다는 사실.. (이 계통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이런 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따로 있는데 말이죠. 여러분은 고시원 물건을 보실때 첫째도 입지.. 즉, 교통. 둘째는 외창이 있는지 세째는 방마다 화장실이 있는지.. 제가 계약한 곳은 지하철에서 도보 15분 이상, 모두 내창,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미니룸 50개 방이었습니다. ㅠㅠ
고시원 명도, 40명을 내보내던 과정

솔직히 말하면 기존에 40명이 이미 살고 계셨으니 그대로 운영해도 추가 비용 없이 돌아가는 구조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매출도 딱 거기까지였을 겁니다. 앞으로 비전도 없는 공간임대 사업이 됐을 거예요. 공간의 가치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기존 40명을 전부 내보내기로 결정하고, 내 건물도 아닌 그 공간 전체를 다 뜯어내기로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살고 계셨어요. 그중 총무님은 무려 20년째 그 고시원에서 지내고 계셨습니다. 40명의 거주자분들을 주변 고시원으로 옮겨드리는 과정도 조심스러웠어요. 고시원 명도 과정에서 가장 애먹었던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아무리 계약자라 해도 남의 방을 동의 없이 열 수는 없으니까요. 연락이 닿지 않는 몇몇 분을 찾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결국 방 주인과 통화가 닿아 문을 연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광경을 마주하기도 했어요. 음식물을 그대로 둔 채 오랜 시간 비워둔 방이었으니, 그 이후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한 달 만에 프리미엄 고시원으로 탈바꿈시킨 과정

수리는 한 달 동안 진행했습니다. 남의 건물이었지만 실내는 환골탈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방 뼈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완전히 뜯어냈습니다.
총무님이 남긴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나요. "여긴 다 좋은데 방음이 너무 취약해요." 그 말대로 방음을 완벽하게 잡기 위해 이보드로 벽을 한 겹 더 세웠고, 천장 목공부터 도배까지 새로 했습니다. 전기에 주방공사에 기존 에어컨을 폐기하고, 대형 에어컨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천장 환기통도 모두 새것으로 바꿨어요.
화장실과 샤워실도 몇 개씩 추가로 만들었습니다. 잠자고 쉬는 공간은 최상의 컨디션이어야 한다는 게 그때 제 원칙이었어요. 카운터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과감히 철거하고, 학생들을 유치하려고 북카페 콘셉트로 바꿨어요. 이렇게 완성된 프리미엄 고시원은 예전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프리미엄 고시원, 게스트하우스 전환의 출발점이 되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고시원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후 들어온 게스트들도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했어요. 예전 같으면 절대 눈에 띄지 않았을 자리가, 안을 채우고 나니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건물 밖과 안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결과적으로 이 프리미엄 고시원은 오픈 한 달 만에 만실이 됐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명도 하나만으로도 배운 게 많았던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채운 고시원을 에어비앤비에 올렸다가 삭제됐던 이야기,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전환까지 이어진 과정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